유인성 움직임으로 흔든 맨유 수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토트넘은 중원 전술에서 독특한 색을 보여주는 팀이다. MCW 앱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토트넘의 미드필더들 역시 대부분의 팀처럼 많은 활동량을 요구받지만, 그 움직임의 성격은 여느 팀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흘러가는 듯하지만, 깊은 뜻이 담겨 있는 움직임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벤탄쿠르는 무려 12.3km를 뛰며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움직인 선수였다. 스킵은 활력이 넘치는 역할을 맡았고, 호이비에르는 조금 더 수비적인 위치에서 배치됐다.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공간 커버가 아니다. 토트넘의 중원은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유인성 움직임을 통해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이번 맨유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맨유는 사람을 따라가는 수비를 즐겨 사용하는 팀인데, 맥뉴와 에릭센이 각각 스킵과 벤탄쿠르를 밀착 마크하자, 다른 토트넘 선수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틈이 생겼다.

이번 시즌 토트넘의 풀백인 포로와 우도기는 중원에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미드필더들이 적극적으로 자리를 비워주기 때문이다. 오른쪽 풀백 포로는 좁은 공간에서 공을 받았고, 앞서 있던 벤탄쿠르는 맥뉴를 데리고 공간을 비워줬다. 포로는 10번 구역까지 공을 몰고 들어가고, 수비수 로메로는 공을 들고 전진했다. 그 사이 벤탄쿠르는 오른쪽 풀백 역할을 대신하며 에릭센을 중앙에서 끌어냈고, 스킵은 우도기가 중원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25야드쯤 왼쪽으로 뛰어 공간을 넓혔다.

맥뉴는 계속 스킵을 쫓았고, 그로 인해 히샬리송이 공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 로메로가 해당 패스를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와 같은 유기적 움직임은 토트넘 공격의 핵심 방식이었다. 포로는 중원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 했고, 에릭센은 계속 그를 따라붙었다. 결국 로메로는 히샬리송에게 정확한 전진 패스를 넣었고, 히샬리송은 원터치 패스로 다시 포로에게 연결을 시도했다.

토트넘의 미드필더들은 자기 진영에서도 유인성 움직임을 사용했다. 골키퍼 비카리오가 벤탄쿠르에게 패스한 직후, 그는 로메로에게 공을 내주며 에릭센을 자신의 위치에서 먼 거리로 끌어냈고, 그로 인해 넓은 공간이 생겼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스킵의 페이크 러닝에서 나왔다. MCW 앱 분석에 따르면, 로메로의 정교한 패스를 받은 스킵은 베르너에게 정확하지 않은 패스를 보냈지만, 그 뒤 다시 유인성 움직임으로 맥뉴를 끌어냈다.

이로 인해 박스 근처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고, 토트넘의 또 다른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이 공간을 활용했다. 그는 손을 들어 공간을 가리키고, 맥뉴의 뒤를 따라 들어가 베르너의 짧은 패스를 받아 그대로 골을 넣었다. 스킵은 종종 과도한 활동량 외에는 뚜렷한 기여를 못 한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번 맨유전에서는 그의 움직임이 매우 전략적으로 유효했다.

중원에서 맨유를 완벽히 흔든 토트넘은 마지막 공격 3선에서의 결정력이 부족해 기회를 놓쳤다. 기계처럼 단조롭기도, 때론 날카롭기도 한 일상 속에서 위협적인 창의성은 부족했다. 만약 이 자리에 매디슨이나 쿠루셉스키가 있었다면, 혹은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침투를 했다면, MCW 앱은 토트넘이 더 위협적이고 유려한 공격을 펼쳤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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